근저당권이 있으면 전세 계약해도 될까
전세집을 알아보다가 등기부등본 을구에서 근저당권을 발견하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저당권이 있다고 해서 전세 계약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전세보증금보다 앞서는 권리가 얼마나 있는지 계산하지 않은 계약은 위험합니다.

근저당권은 집을 담보로 잡힌 빚입니다
근저당권은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렸을 때 등기부에 설정되는 권리입니다. 전세 계약을 하려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대출이 있구나” 정도로 볼 일이 아닙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통 등기 순서와 권리 순위에 따라 배당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기 전에 이미 설정된 근저당권은 선순위 권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경매 상황에서 은행 등 근저당권자가 먼저 배당받고, 그다음에 내 전세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그래서 근저당권 있는 집의 전세 계약은 “있다, 없다”보다 얼마나 큰 근저당인지, 내 보증금과 합쳤을 때 집값 안에서 회수가 가능한지가 핵심입니다.
등기부등본에서는 채권최고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등기부등본 을구에 적힌 근저당권 금액은 실제 대출잔액이 아니라 채권최고액인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이자, 연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제 빌린 금액보다 크게 설정해두는 금액입니다.
집주인이 “대출은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하더라도, 세입자는 말보다 등기부에 남아 있는 권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실제 대출잔액이 줄었더라도 근저당권 말소등기 전까지는 등기부상 권리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 계산식: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 + 내 전세보증금 + 선순위 임차보증금
이 합계가 보수적으로 잡은 집값과 비슷하거나 더 크다면 전세보증금 회수 위험이 커집니다. 빌라, 다세대, 오피스텔처럼 시세 판단이 어려운 주택은 매매 호가만 보지 말고 실거래가, 공시가격, 주변 유사 매물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는 중요한 안전 필터입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흔히 말하는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에게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다만 “나중에 가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근저당권이 크거나 선순위채권이 많으면 보증 가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2026년 6월 확인 기준으로 HUG·HF 등 반환보증은 대체로 주택가격의 90%에서 선순위채권을 뺀 범위 안에서 보증한도를 따집니다. HF 일반전세지킴보증도 보증목적물별 보증한도를 주택가격의 90% - 선순위채권 총액으로 계산하고, 단독·다가구는 선순위채권 제한을 더 엄격하게 봅니다.

계약 전 체크: 전세보증보험은 계약 후에 알아볼 문제가 아니라, 계약 전에 예상 보증한도와 가입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증기관의 심사 기준은 정책과 상품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세 계약 직전에는 HUG, HF, SGI의 최신 기준을 다시 확인하고, 중개인이나 임대인의 말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근저당권이 있어도 검토할 수 있는 경우
근저당권 있는 집이라고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선순위 권리와 내 전세보증금을 합쳐도 집값 대비 여유가 충분한지입니다. 아래 조건을 여러 개 충족할수록 상대적으로 검토 여지가 있습니다.
-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전세보증금을 합쳐도 집값 대비 여유가 충분합니다.
-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능성이 확인됩니다.
- 잔금일에 근저당권을 말소하기로 특약을 넣고, 실제 말소 접수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등기부
갑구에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개시결정 같은 권리침해 사항이 없습니다. - 임대인 명의와 계약 당사자가 일치합니다.
- 대리계약이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 확인 자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다가구주택이라면 나보다 먼저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 합계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등기부 확인을 피하거나, 대출잔액 증빙을 보여주지 않거나,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애매하게 넘긴다면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잔금으로 대출 갚는다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전세 계약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잔금 받으면 대출 갚고 근저당권을 지우겠다”입니다. 이런 구조 자체가 항상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출 상환과 근저당권 말소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근저당권은 대출을 갚는 것만으로 등기부에서 자동 삭제되지 않고, 말소등기까지 진행되어야 사라집니다. 따라서 잔금 지급일에는 상환 확인, 법무사 진행, 말소등기 접수증 확인까지 한 흐름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최소한 아래와 같은 방향의 특약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인은 잔금 지급과 동시에 등기부 을구의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말소등기 접수증 등 증빙을 임차인에게 제공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임대인은 손해를 배상한다.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은 새 근저당 설정 금지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잔금 당일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같은 날 새로운 근저당권이 설정되면 임차인의 순위가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당시부터 대항력 발생일까지 새로운 근저당권, 압류, 가압류, 소유권 이전 등 권리 변동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전세 계약 전 확인할 서류를 정리해두세요
근저당권 있는 집의 전세 계약은 확인할 서류가 많습니다. 하지만 순서를 정해두면 훨씬 덜 흔들립니다. 아래 항목은 계약 전, 잔금 전, 입주 직후로 나누어 챙기면 좋습니다.
| 시점 | 확인할 내용 | 이유 |
|---|---|---|
| 계약 전 | 등기부등본 갑구·을구, 채권최고액, 임대인 명의 | 압류, 가압류, 근저당권, 소유자 불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
| 계약 전 | 전세보증보험 예상한도와 가입 가능성 | 선순위채권이 크면 보증 가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 잔금 전 | 등기부등본 재확인, 새 권리 설정 여부 |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 권리관계가 바뀔 수 있습니다. |
| 잔금일 | 근저당권 상환 및 말소등기 접수증 | 말소 특약이 실제로 이행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 입주 직후 | 전입신고, 확정일자, 실제 점유 |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의 기본 요건입니다. |
대항력, 확정일자, 우선변제권은 함께 챙겨야 합니다
전세보증금을 지키려면 대항력, 확정일자, 우선변제권을 따로따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세 가지는 전세 계약의 기본 안전장치로 함께 움직입니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부터 생기는 힘입니다.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내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기본 권리입니다.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서가 해당 날짜에 존재했다는 공적 확인입니다. 주민센터, 등기소 등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우선변제권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췄을 때, 경매·공매에서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잔금일에는 가능하면 바로 입주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라인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점유와 주소가 맞아야 하며, 집합건물은 동·호수 표시가 정확해야 합니다.
다가구주택은 선순위 임차보증금까지 봐야 합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한 호실은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편입니다. 그러나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가 한 명 소유인 경우가 많아, 내가 계약하는 방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가구주택에서는 나보다 먼저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도 선순위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등기부등본에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이 전부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다가구 전세 계약에서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임대인이 제공하는 자료, 전입세대확인서 등을 통해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최대한 확인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이 크고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도 많다면, 전세가가 저렴해 보여도 실제 위험은 더 클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도 전세보증금 회수에 영향을 줍니다
근저당권만 확인했다고 전세 계약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미납국세나 미납지방세도 전세보증금 회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임차보증금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임대차 개시일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지방세도 계약일 이후부터 임대차 개시일까지 일정 요건에서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안전하게 진행하려면 계약 전 단계에서 납세증명서나 미납세금 열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종 판단은 말소 가능성, 보증 가능성, 회수 가능성입니다
근저당권 있는 집의 전세 계약을 판단할 때는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 잔금일에 근저당권이 실제로 말소될 수 있나요? 말소 특약만이 아니라 상환 확인, 법무사 진행, 말소등기 접수증 확인까지 필요합니다.
-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가요? 보증기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집은 시장에서도 위험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 경매가 되어도 내 전세보증금을 회수할 여지가 있나요? 집값이 지금보다 내려가도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근저당권은 전세 계약에서 무조건적인 금지 신호는 아니지만, 분명히 중요한 경고 신호입니다. 등기부등본, 채권최고액, 전세보증보험, 대항력, 확정일자, 선순위 임차보증금까지 차근차근 확인한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저당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세 계약을 하면 안 되나요?
아닙니다. 근저당권 금액이 작고, 집값 대비 여유가 충분하며,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거나 잔금일 말소가 확실하다면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확인 없이 계약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Q. 집주인이 잔금으로 대출을 갚겠다고 하면 괜찮나요?
잔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은 흔하지만, 대출 상환과 근저당권 말소는 별도입니다. 잔금 지급과 동시에 말소등기 접수까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Q.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면 무조건 안전한가요?
위험을 크게 줄일 수는 있지만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가입 조건, 보증금액, 면책 사유, 신청기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까지 신청해야 하는 상품도 있으므로 늦게 확인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근저당권 말소 특약만 넣으면 충분한가요?
특약은 꼭 필요하지만 실행 확인이 더 중요합니다. 잔금 당일 등기부 재확인, 대출 상환 확인, 말소등기 접수증 확인까지 함께 해야 합니다.
Q. 신축빌라는 왜 더 조심해야 하나요?
실거래가가 적어 시세 판단이 어렵고, 분양가나 호가가 실제 회수 가능 가격보다 높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높고 근저당권까지 있으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